2019년 4월 3일에 창립한 하이텔레서비스노조(서울)는 이제 2년차 노동조합이다. 위원장, 사무국장, 회계감사 3인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노동조합은 현재 조합가입대상자 840명 중 500여 명이 가입하고 있는 과반수노조이다. 지난 여름, 특별한 사업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들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왼쪽부터 최은희 사무국장, 연태원 위원장, 안재민 조직1부장, 황홍석 총무부장
Q. 어떤 계기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나요?
위원장(위): 2010년 창립해 콜센터 업무와 VIP고객응대 업무 등 특성화된 업무를 맡고 있었다. 원래 LG전자에는 서비스 업무를 주로 하는 외주업체들이 있었는데, 일부 업체가 2019년 5월에 인소싱 되었다. LG전자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인소싱이 안 되니 다들 놀랐다. 그리고 급여체계나 복지 등 처우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2018년 12월부터 노동조합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인소싱 이슈가 터진 이후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Q. 지난 여름 특별한 사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업이었나요?
위: 5월에 임금교섭이 끝나고 나니 6월에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어요. 그래서 직원들이 모두 바빠지는 시기에 같은 일을 하면서 일손도 돕고 얼굴 보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2개월간 일할 계획으로 현장에 들어갔어요. 위원장은 기술직군, 사무국장은 상담직군이라 각각 다른 현장에 갔어요.
사무국장(사): 업무 중에 점심시간이 있잖아요. 퇴근하고는 집에 가거나 코로나19 때문에 모이기 어려우니까 점심시간에 각 부서별로 조합원들과 점심식사를 계획했어요. 위원장님도 주변에 있는 조합원들과 함께 만나서 점심을 먹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조합원들 한 번 만날 걸 세 번 정도 만나는 거죠. 처음에는 조합에서 만든 볼펜을 나눠주러, 두 번째는 점심을 같이 먹고, 세 번째는 커피를 자리로 배달해주고. 상담직군 같은 경우에는 조합원들을 모아 공동구매를 진행해보기도 하구요. 계속 마주칠 기회를 만드는 거죠.
위: 사람들도 처음에는 ‘하루 이틀하고 말겠지’ 했는데, 아침에 제일 먼저 출근해있고, 점심에는 부품 가지러 가면서 다른 센터에서 같이 밥 먹고, 저녁에 돌아가면 또 만나니까 ‘어, 진짜 일하나보네?’ 이런 반응들이 많아졌죠. 그게 사람들 사이에 퍼지다보니 저를 통해서 직원들끼리 소통을 못했던 부분이 더 많이 소통되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전국순회를 하게 된 거죠. 그러다가 수해가 터졌죠.
Q. 수해복구지원은 언제부터 가셨나요?
사: 8월 중순 정도죠.
위: 장성, 곡성, 구례 등에서 시작해서 2주 했어요. 회사 지원을 받아서 간 게 아니고, 타임오프를 써서 수해지역으로 갔더니 LG전자에서 왔는데 일을 제대로 못했더라고요. 전국에서 저희 직원들이 오는데 저희가 주도적으로 수해복구를 한 것이 전파됐어요. 반응이 좋았죠.
사: 정리하자면 성수기 전 6월에는 전국순회를 돌고, 7, 8월에는 현장지원을 하고, 현장지원 중에 수해복구 지원을 갔다가, 현장지원이 끝난 후에는 전국순회를 10월까지 했어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좀 길어졌죠.
Q. 성과는 어떠셨나요?
사: 성과가 되게 좋았어요. 현장지원에 대해 반대도 많았는데, 지금 우리 조합원들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될 판이니 우리는 현장을 가야된다는 위원장님 결단이 있었죠.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뛰니까 성과는 훨씬 더 좋았어요. 똑같이 일하고 힘든 게 없는지 한 번 더 물어보고 하니까 만족도가 높은 거죠. 끝나고 노조에 대한 평판이 더 좋아졌어요.
위: 점심시간이 짧지만 업무 중이기 때문에 일에 대해 더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전국순회 할 때는 간식꾸러미를 직접 만들어서 주니 또 좋아했어요. 사실 노동조합을 해보니까 선배들이 ‘비조합원들이 제일 얄밉다’라고 한 게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비조합원들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제가 직접 가서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더 돌아다녀야 되겠죠.
Q. 앞으로의 계획
사: 아직 소수노조라고 생각하고 80~90%까지 가입률을 늘려서 우리 목소리가 더 커져서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하는 게 목표죠.
위: 조직화계획은 상담, 기술, 사무직군을 융합해서 조직이 더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노조에 가입하니 회사 다닐 맛 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노조를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