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
[제조연대 성명] 메가특구를 ‘노동법 치외법권지대’로 만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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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특구를 ‘노동법 치외법권지대‘로 만들지 마라
–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과 노동시간 규제 완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노동 분야 메가특구 특별법 추진 방향을 보고했다. 보도로 알려진 내용은 ▲고소득 관리자·연구개발자에 대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특구 내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한 파견 대상 업무 확대와 기간 연장이다. 주 52시간 상한을 없애면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대신 일반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노동시간은 늘리고 그 대가는 줄이는 ‘이중 개악‘이다. 정부는 최근 법안 제출 시기를 미루며 노동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도 조절은 철회가 아니다. 부처 간 이견을 정리할 시간을 버는 것과 당사자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듣겠다면 그 출발점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공식 대화 테이블을 여는 것이다.
첫째, 임금 수준은 노동시간 규제를 배제할 근거가 될 수 없다. 노동시간 규제는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사회적 방어선이다. 과로는 연봉을 가리지 않는다. 더구나 ‘소득 상위 3%’라는 말은 국민을 오도한다. 그 기준선은 연봉 1억 4천만 원 안팎인데, 메가특구 주력 기업들의 평균연봉은 이미 그 선을 넘거나 육박한다. 이 법에서 ‘상위 3%’는 극소수의 예외가 아니라 특구 연구개발 현장의 다수다. 상한을 없애면서 그 대가마저 깎겠다는 발상은 어떤 상식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보호장치 없는 ‘동의‘는 동의가 아니라 강요다. 경영계가 모범으로 드는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조차 고액 연봉과 법정 전문업무 한정을 함께 요구하고, 노사위원회 5분의 4 이상 의결과 서면 동의, 동의 철회권, 연간 104일 이상 휴일, 노동시간 기록 의무를 전제로 한다. 미국 역시 직무의 성격을 따지는 심사를 거쳐야 적용 제외가 인정된다. 반면, 알려진 정부안에는 노동조합을 통한 집단적 동의 절차가 없다. 인사권과 평가권을 쥔 사용자 앞에서 개인이 홀로 거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이야기다. 기간제 4년 연장을 ‘서면 합의‘에 맡기고 정규직 전환 없이 계약이 끝나면 공정수당을 주겠다는 구상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보호가 아니라, 전환 회피의 대가를 돈으로 정산하겠다는 선언이다.
셋째, 기업의 요구만 반영되고 당사자는 배제됐다. 경총이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468곳을 조사한 결과 ‘노동·안전·환경 등 핵심 규제 면제‘가 1순위(42.9%)로, 노동 분야에서는 ‘R&D 인력 근로시간 유연화‘가 최우선 지원책(50.6%)으로 꼽혔다고 보도됐다. 그리고 그 요구는 정부안에 그대로 옮겨졌다. 정작 그 시간을 살아낼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물은 절차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요구가 반도체 업계 전체의 합의도 아니다. 일부 기업의 요구가 산업 전체의 목소리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 특구는 노동법의 예외지대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지도 위에 금을 긋고 그 안에서는 노동법이 필요 없다고 했던 과거 수출자유지역의 역사를 기억한다. 이미 법안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메가특구만 예외냐, 평택·용인도 풀어달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고 지역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다. 오늘 반도체 연구개발자에게 열린 예외는 내일 제조업 전체로 번진다. 한편에서는 포괄임금제 금지로 ‘공짜 야근‘을 없애겠다면서 다른 한편에서 가산수당 면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내건 국정과제에 대한 자기부정이다. 우리 제조업은 노동법을 개악하지 않고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일궈 왔다. 노동자의 숙련과 기술, 투자와 혁신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노동법 개악 없이도 세계 1위는 가능하다.
다섯째, 메가특구는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는 특구가 되어야 한다. 대규모 정책 지원과 투자가 집중되는 지금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과 청년에게 기회를 나눌 적기다. 기존 노동자에게 더 긴 노동을 몰아주기보다 필요한 인력을 새로 채용하고 노동시간을 나눠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지 않는다면 도대체 언제, 어디서 하겠다는 것인가.
한국노총 제조연대는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쟁력이 노동자의 건강과 시간, 정당한 대가를 갈아 넣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착취다.
노동시간 규제는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 방어선에 구멍 하나라도 허용하는 순간, 그 구멍은 제조업 전체로 번질 것이다. 한국노총 제조부문노동조합 연대회의는 30만 제조노동자와 함께, 메가특구를 노동법의 치외법권으로 만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다. 당사자를 배제한 채 입법을 강행한다면 6개 산별노조 공동의 총력투쟁을 시작으로 한국노총과 연대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2026. 8. 10.
한국노총 제조부문노동조합 연대회의
(금속노련 · 화학노련 · 섬유·유통·건설노련 · 식품산업노련 · 신소재연맹 · 담배인삼노조)